채권칼럼

잊을수없는 채권자

홍익인생 2013. 10. 24. 19:48

채권추심업에 종사하다보니   기억에 남는 고객이 몇명 있다.

그중에 특별한 분이 있어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름은 차모씨로 경기도 북부  작은읍에 거주하고 계신데  독실한 신앙인으로 지역유지인 것 같았다.

사건의뢰시 연세가 75세가 넘으신걸로 기억되는데  그 나이에도 왕성하게  부동산중개업을 하고 계셨다.

이분이 돈을 떼인 경우가 특이했는데  이분의 개인사가 흥미로웠다.

때는 6.25로 거슬러 올라가 살고 있는 지역이 휴전선 인근이기에  전쟁끝날무렵 많은 피난민이 그지역에 고향생각해서 그런지 자리잡고 살고 있었다 .

그 피난민들 중에 하나가 채무자의 어머니인데  젊은 여성이 올망졸망한 아이들  서넛과 늙은 시어머니를 모시고 남편도 없이 살아가고 있었다.

마침 이웃이고 측은하게 생각하던 터라  채무자의 어머니가 인품이 좋았던지, 인물이 고왔던지, 인자한 차모씨는  금전적으로 상당한 도움을 준것으로 술회하였다.

그래서 애들도"아저씨" "아저씨" 하며 따르고 ,그렇게 성장하였던 것이다.

그러던 차 (돈이 웬수지) 채무자(아마 장남같은데)를 70년대에 이분이 빚 보증 비슷하게 말려들어 765만원(금액은 정확히 기억난다) 받을 채권이 생겼다.

 그런데 엊그제만해도 "아저씨" 하면서 따르던 사람들이 채권자와 채무자관계로 변하자 안면몰수하고  차일피일 미루다 어느날 자식들이 뿔뿔히 흩어져버린 것이다.

그래도 그들의 노모는 거기에 거주하는 것으로 말씀하셨다. 

그렇지만 채권자는 먼저 판결받고 그채권이 10년 소멸시효 임박하자 2번 연장하고 6년이 흘러서 이사람에게 의뢰계약을 하게 되었는데,세월이 장장 26년이 흘렀던 것이다.  

이자 포함 금3600만원 정도 불어 난 것으로 기억되었다.

솔직히 부담스러웠지만 차모씨의 인간성이 훌륭하고 채무자의 모친과 연분도 재미있어 수임하고 추적하기 시작했다 .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채무자도 가정사가 복잡해  이혼경력에 주소지만 수십군데  옮겨다니고 동두천시 도로상에 위장주소로 등재되어 포기하고 싶었다 .

그러나 다행이 계좌정보가 입수되어 이사람의 비용으로 압류했는데  대박이난 것이다

내용은 간단하다 채무자가 10년넘게 청약예금 부어 0순위가 되었는데 부동산경기가 좋아 어느 아파트를 분양 받아도 쉽게 1억 프리미엄이 형성되는시기였다.

그런데 이를 압류해제 안하면  돈벌기회를 놓치게 될까봐 하는 수 없이 손들게 된것이다.

후일담 이지만 채무자에게 은행의 충고가  큰도움이 되었다.

채무자는 결국 26년만에 고향에 나타나 어르신에게 백배사죄하고 금200만원에 합의해 달라고 애걸복걸하는 상황까지 왔다.

채권자도 나의 의견을 물어보고 금2000만원에 깨끗이 합의해주고 옛 정을 생각해서 용서해주셨다.

그때 그분말씀이 3600만원을 다받아도 시원찮은데 그당시 돈가치로 760만원은  산 한 자락을 살수있었던 돈인데 채무자로 인해 보유하던 산 한자락이 날아간것이 못내 분하다고하셨다.

아마도 그분은 그것으로 맺힌 한이 단칼에 해결된 기분일 것이다.

나 역시 미수채권 26년이란 불멸의 기록이 생겨  기억에 오래도록 남아있는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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